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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블루레인>으로 다시 태어나다

등록일 2019년08월15일 00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은 모두 이 안에 있다’고 평가받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명성에 맞게 17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다. 친부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선악의 경계, 구원의 문제라는 마찬가지로 무겁고 복잡한 주제로 이끌어낸 도스토예프스키는 수많은 문호 중의 대문호로 불린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2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핵심 사상을 훌륭하게 전달한다. 포스터에도 드러나 있듯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에서부터, 루크의 반복되는 대사에서 드러나는 ‘신은 존재하는가’ 등의 심오한 사상들이 간단한 말들로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된다.

 

처음 공연장에 입장하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기대하고 온 대다수의 관객들은 당황할 것이다. 무대는 텅 빈 채로 나무 의자 몇 개와 창 밖에서 들어오는 듯한 무심한 조명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공연이 시작하면 대도구들도 더 들어오겠지’하는 기대와는 달리 공연 내내 무대는 의자만으로 장소들을 구현해낸다. 추상적인 무대라고 공간이 허물어지거나 장소에 대한 표현이 부족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자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더욱 자유로이 공간을 운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안무가의 고심한 흔적이 온전히 전달 되는 느낌이었다.

 

 

조명도 훌륭했다. 수많은 색감을 혼용하면서도 각각의 색들이 가지는 의미를 관객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빈 무대가 가질 수 있는 시공간의 혼동을 조명이 짜임새 있게 한정해주어 시공간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점이 가장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제목에도 들어있는 ‘블루’의 사용이 돋보이는데, 이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제목 속 ‘카라마조프쉬’, 즉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그의 아버지로 인해 가지고 태어나는 숙명적인 죄의식이나 우울감 등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살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파란 어항 속 버터와 플라이는 관객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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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루레인>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핵심 사상을 배경을 바꿔 러시아에서 현대 미국으로 그대로 가져오면서 분량뿐 아니라 배역도 규모 있게 축소하였다. 영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원작에서의 특징들을 그대로 본 따 옮겨놓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이반 카라마조프는 루크로,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존 루시페르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루크는 원작 속 이반이 전하는 ‘대심문관’ 극시의 시작점이 되는 누가복음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되며 루시페르는 글자 그대로 루시퍼, 악의 인간화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원작이 러시아의 소도시에서 펼쳐지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미국의 유타와 뉴욕의 관계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것도 돋보였다.

 

물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보이는 뛰어난 작품성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핵심 사상도 모두 가져온 것이 아니다. 알렉세이를 삭제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선이나 종교에 대한 주제도 꽤나 누락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매체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고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이고 시공간적으로 한정적인 장르의 특성을 참작해보았을 때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대중적인 방향으로 잘 구현해냈다는 평을 하고 싶다.

강하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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