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발레리노였던 JJ교수가 떠오른다. 언제나 <퀸>의 음악이야기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그가 연상된다. JJ교수는 그의 작품에 <퀸>의 곡을 사용하여 발레를 현대적인 감각과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의 전작들을 분석해보면 흔히 퀸의 곡들을 바탕으로 한 발레 안무가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 JJ와 언젠가 만난 일이 있었다. 퀸의 곡으로 만들어낸 발레 콘텐츠를 칭찬하다가 문득 <쓰리나인(39)> 이라고 하는 숫자로 된 퀸의 곡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브라이언 메이가 만든 곡인 그 퀸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얘기했더니 “퀸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적’을 만났다고 했다. 그가 강적으로 표한 내가 이번엔 <퀸>의 곡과 특히 프레드 머큐리의 곡을 설명한 아주 강한 강적을 만났다. 그가 쓴 <QUEEN: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북피엔스,412쪽)라는 책을 쓴 정유석이다.
그의 책을 든 순간 <쓰리 나인>이란 곡부터 찾았다. 레이저 디스크가 유행하던 시절 그의 레이저 디스크를 듣기 위하여 장비를 구하고 지금도 소유하고 있던 내가 그 곡을 좋아한 이유와 유사한 곡 탄생의 정보와 연관 스토리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이만하면 더 볼 나위가 없다. 이 책은 그 알참을 단 한곡으로 설명하고도 남는 것이다. 식사 한 끼나 차 한잔을 나눈 것보다 보다 먼저 이 책을 읽어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싱글 <유 아 마이 베스트 프렌드>B면에 속한 이 곡은 천체물리학 학위를 가진 브라이언이 작곡한 스키폴 형태의 곡이다.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와 에드 설리반 쇼가 유행하던 시기부터 로커빌리 사운드, 블루스, 재즈, 포크가 융합된 형태의 음악인 스키플의 상당히 경쾌한 리듬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매우 맞아 떨어져는데 그 음악을 운용한 팀이 <퀸>이다.
정유석은 그의 책 <퀸 Oueen>에서 18장의 퀸이 발매한 음반 수록 곡 전체를 시대 순으로 한 곡 한 곡 설명하고 있다. <쓰리나인39>을 통해서 살펴보자.
“특수상대성 이론을 만들어낸 아인슈타인이 ‘쌍둥이 파라독스’라고 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 속 시간 팽창을 다룬 곡이다”처럼 깊은 사연들이 간단하고도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이 곡은 장자의 ‘무릉도원’의 예처럼 시적이고 신비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온 지구인이야기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진 가족과 지인들의 유한한 생명도 이 곡에서 다시 노래된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졌던 이야기나 장자의 무릉도원을 여행한 이야기처럼 잠깐동안의 우주 공간과 신비한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왔더니 바뀌어져 있는 현실 공간인 지구의 모습은 이제 그래픽이나 유투브로 충분히 짧은 설명으로도 이해하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우주선이 달 정복으로 환상이 증폭 될 즈음 ‘퀸’의 멤버들이 거주했던 공간에서의 네 인물들이 팀을 결성하기까지의 설명은 매우 리얼하게 소개된다. 관객800만을 넘겨 음악 영화 사상 최고의 한국 관객기록을 가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초반 한 두 장면으로 지나치던 이야기가 빼곡히 서술된다.
이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1914>년 소설에 기초한 노래로 프레디와 로즈는 백 보컬을 담당했고 라이언이 리드 보컬을 맡았던 곡이지만 큰 무대에 서거나 라이브 무대에설 때는 머큐리가 메인 보컬을 담당했다. 그래서 이 곡을 프레디와 메이가 부른 곡으로 각자 알고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낸 특이한 곡이다. 이 책에서 정유석은 “특히 이 곡을 녹음할 당시 브라이언은 농담조로 존 디컨에게 더블베이스로 연주해달라고 했는데 실제 그 부탁대로 녹음시엔 더블베이스로 완성해냈다.
마르크스 형제가 자신의 영화 이름을 딴 <퀸>앨범 타이틀에 감사하기 위하여 멤버들을 초대한 이야기나 서로 작품들의 콘텐츠 타이틀을 공유하거나 내용에 영감을 준 사실들도 적시가 되어 있다. 또 이 곡 <39>는 퀸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전체 곡 가운데 서른아홉 번째 트랙이라는 점을 밝힌 점도 이 책의 충실도를 설명할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런 내용이 들어 있는 <퀸: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 라고 하는 제목은 정유석 작가가 짓고 김판중이 감수하고 임영수가 일러스트를 맡은 북피엔스에서 나온 디스코그래피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여파로 5쇄를 인쇄하는 시의적절한 북콘텐츠가 되었다.
퀸의 음악역사와 곡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덕택이라 생각한다. 특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무려 800만 관객을 동원한 상황에서 퀸의 목소리와 앨범을 많이 사랑하는 영국을 제외한 한국인들이 열광을 하는 측면에서 ‘왜 그렇게 되며 어떻 그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정유석 작가는 잘 소개하고 있다.
브라이언 메이가 전기기술자인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수제 기타 ‘레드 스페셜’을 만든 장면 등은 라이브 클럽 공간 ‘비틀스’를 운영 중인 정유석의 이력을 보면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나 적어도 30년 이상 음악을 연구한 마니아이자 작가로서의 자부심이 더 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레드 제플린 온라인 카페의 운영과 한국 비틀즈 팬클럽의 스탭을 맡고 있으면서 <레드 제플린>과 <비틀스> 그리고 <아바>의 책을 내는 등 숱한 음악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정유석작가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누구도 <퀸>이라는 제목으로 온전한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지 않고 후레디 머큐리만을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보헤미안 랩소디 곡을 얘기하는 방식을 떠나서 그들이 만들어낸 18장의 앨범 이야기와 정규 레코딩 작업중 우리에게 선보인 곡들의 배경을 네 명의 멤버 소개와 함께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곡을 만들 때의 분위기와 시대상황 등을 시간 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브라이언은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게 된 배경을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을 따서 1964년 말에 조직한 밴드 ‘1984’를 탈퇴하고 이후 새롭게 새 밴드를 결성하게 되는 시점인 팀 스타펠의 탈퇴 즈음 로저 테일러가 치의대학생이면서 합류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보컬 주자였던 프레디 머큐리가 로저 테일러와 함께 중고 의류 가게를 냈던 내면의 원인까지 상당히 자세하게 다뤄주고 있다.
또 하나 놀라운 저작의 측면은 파록 불사라의 이름이라든지 혹은 켄싱턴과 같은 동네 지명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 우직한 충실함이다.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캐내는 데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라기보다 퀸의 성공과 그 이면을 수박 겉핧기로 인식 하는 태도와는 상반된 공은 들이되 얄팍한 상술을 배제한 것이 5쇄 인쇄의 비결임을 알 수 있다.
프레디 머큐리가 불사라라고 하는 이름을 버리고 머큐리라고 하는 이름으로 본인의 성을 개명한 까닭을 설명하는 장면은 인문학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인 에르메스의 이름을 딴 프레디의 심경을 이해하는 측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시간관계상, 또 편집의 흐름상 언급 할 수 없었지만 그의 곡들이 가진 철학적인 요소를 유추해내는데 상당한 긍정을 이끌어낸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본 이라면 이 책<퀸>을 다시 읽기 시작하거나 책을 먼저 본 이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는데 있어 훨씬 더 많은 숨은 장면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양쪽 어느쪽이나 감동이 배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강익모-ACE컬럼니스트, 대중문화평론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