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치료 가운데 미술치료는 그 쓰임새가 매우 크다. 특히 사람이 느끼는 나무나 집 , 인물, 가족 등의 그림그리기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혹은 그들과의 관계성을 탐색하고 관조 하는 데에는 그보다 좋은 심성을 비추어 보는 방법은 드문 것 같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11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이석보 열 여덟 번째 개인전은 마치 처음 느껴보는 예술치료의 전시장 투어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의 꽃밭이나 소박한 식탁에서 느끼는 힐링의 종합 선물 세트 같다.
캔버스 위 아크릴은 때론 유리 액자를 거부할 만큼 정물화로서의 윤기가 도드라지는 마력도 지녔다. 이석보의 그림에서는 다이아몬드나 크리스탈, 보석류, 장신구, 세련된 금속성 테이블이나 가구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질박한 황토 그릇이나 색 바랜 마루바닥, 용도가 다 한 소달구지 등이 등장한다. 녹슨 함석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야생화 묶음, 버나비가 드나들 만큼 입을 헤벌린 성숙한 석류, 이슬 머금은 나팔꽃무릇 등이 주종을 이룬다.
이석보화백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는 매우 꼼꼼하게 작품을 완성한 탓에 3년 내지 4년에 터울로 개인전을 였으나 2011년부터는 거의 매년 전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만큼 공은 들이되 다양한 기법을 종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업의 속도가 났다. 특히 2016년엔 '들꽃' 그리고 '바다'를 주제로 작품의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의 그림들은 화병에 꽂힌 꽃다발로 정체되어 있다가 포구에 정박한 폐선이나 소형 어선 곁에 흐드러진 꽃들과 물망초 들을 비추기 시작한다.
또한 성성 하고 짙푸르기만 한 녹음을 피해 누릇, 혹은 불그레한 변색된 오래된 것들의 미학를 들춘다. 화가 이석보의 심성이 드러나는 응시(gaze)의 결과다.
쓰러져가는 함석창고에 달구지나 그 둥근 바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삐죽이 드러난 이름 모를 흔한 꽃 무덤들은 날이 새면 끔찍한 뉴스들 속에서 순박한 인성이란 무엇인지 속삭인다. 꽃들이 인간에게 주는 작은 위스퍼는 위로를 주고 향기를 내며 다가온다. 물론 그의 그림들에서는 소리도 들리고 향기도 나며 눈을 감고 즐기고픈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그래서 그의 열아홉 번째, 나아가 마침내 성년의 나이가 되는 스무 살의 전시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마침 추수감사절을 맞은 교회나 믿음의 식구들은 일 년 내내 에덴동산과 같은 느낌을 벽에 걸어 둘 수 있는 행복한 굿즈를 선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시 기념품으로 보급되는 성구(聖句)와 제단(祭壇)에 정성스레 바쳐지는 소박한 꽃 화분을 크게 인쇄한 벽걸이 캘린더가 이 전시가 끝이나도 일년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강익모 -ace컬럼니스트, 전시미학비평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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