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창단하여 오페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솔 오페라단의 올해 15년째 레퍼토리는 달이야기로 올려진다. 11월 23일~25일까지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그동안 <춘희>, ,라보엠>, <카르멘> 등 대중성 있는 공연 위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던 솔오페라(단장 이소영)는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오페라 마니아 관객을 위한 작품 눈높이를 끊임없이 맞추어왔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음악대상 해외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관록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작곡가 도니체티. <출처: wikipedia>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의 이름으로 가에타노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1797~1848)가 월터 스캇의 원작 < The Bride of Lammermoor>을 오페라로 극화 한 것이다. 17세기 초 스코틀랜드 람메르무어지방의 전래스토리를 살바토레 캄 마리노가 음악적으로 재구성하여 꾸민 이 실화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정략결혼에 저항한 신부(新婦)가 첫날 밤 남편을 죽인 사건으로 스트린드베리의 <미스 줄리>등의 이야기 전개와 비슷한 극적 광기의 모티브를 담고 있다. 당대 인구에 회자되던 <안나 카레니나>와 <마담 보바리>와 함께 비극소설의 극화로 더욱 알려진 작품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 작품은 매우 글로벌한 상징들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시인들의 작품이나 희곡 등에서 보이는 낯 익은 이름들이 소개되는 것이 대표적인 흔적이다. 아르투로<랭보>나 알리사<진실X거짓> 등이 갖는 프랑스식 이름과 엔리코, 에드가르도, 루치아 등의 이태리어, 애시턴, 래이먼드 등의 영어 이름과 성이 혼재되어 있음을 볼수 있다. 이는 음악적인 힘과 영향력을 이용, 범 유럽의 자유주의와 낭만적인 사랑을 위한 공동의 연대를 의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기의 달빛이 비치는 풍족하지 않은 인간군상들의 절규를 잘 타나낸 작품이다.
이는 비록 당대의 유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의 찬미 등으로 알려진 현해탄을 건너다 못 이루어질 사랑이라는 이유로 몸을 던진 <사의 찬미>는 우리나라의 실화로 영화나 연극, 뮤지컬로도 각광 받은 작품이며 대중가요 1호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도 윤심덕이 몸을 던진 그 밤의 현해탄 선상에도 달빛은 비추이고 있었을 것이다. 루치아LUCIA라는 이름자(字) 속에는 이미 달이라는 의미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처럼 월터 스캇과 살바토레 캄마라노의 대본이 갖는 음악적 느낌을 도니제티는 더욱 비극적으로 표한 할 수 있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1835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9월 26일은 바로 동양의 추수감사절인 추석에 해당한다. 동양의 낭만적인 달의 이미지에 비하여 서양의 달은 태양에 비하여 상당히 부정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묘사된다. 늑대가 인간으로 변하거나 광란의 살인이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조건의 상황으로 인식된다. 자 이쯤 되면 이번 솔 오페라단이 월터 아타나시의 지휘로 선 보이는 프라임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묘사해 낼 남녀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연상되지 않는가?
이들 캐릭터의 주역인 루치아Lucia(Sop.)역에는 베로나 필하모닉극장과 카타니아 벨리니극장에서 몽유병여인의 주역을 맡았던 Gilda Fiume와 몰도바공화국 정부로부터 예술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예술 장인으로 지명 된 Natalia Roman가 열연한다. 엔리코Enrico(Bar.)역에는 Luca Grassi가 등장하는데 Wexford 페스티벌에서 P.Haas의 오페라 Šarlatán의 타이틀 롤을 얻은바 있다. 또한 더블 캐스팅된 로마국립극장(브란카쵸)에서 데뷔하여 RAI 국영 방송국, 독일 프렌츠부르크 등 여러 오페라 작품의 주역으로 무대에 선 우주호가 맡았다. 에드가르도Edgardo(Ten.)를 열연하는 Sergio Escobar는 상파울루 오페라극장, 산 카를로국립극장, 베르디 트리에스테 국립극장, 마체라타 페스티벌, 피렌체국립극장, 네델란드 국립 오페라극장 등 수많은 극장에서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동한바 있다. 아울러 아르투로Arturo(Ten.)역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와 에센 음대를 졸업한 전병호가 맡으며 같은 역의 양승진 역시 스위스 오펀 스튜디오(빌&졸로툰극장)에서 솔리스트를 역임하였다. 라이몬도Raimondo(Bass.)역은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 비엔나 국립 음악원의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Carlo Colombara가 중후한 음성을 들려준다. As. Li.Co콩쿨, Lauri Volpi콩쿨, Orazio Tosi콩쿨, Cappelli콩쿨, Matassa d’Oro콩쿨, Monteverdi콩쿨, Bonci d'Oro콩쿨, Danzuso콩쿨 등 수 많은 콩쿨에서 우승한 기록들을 지닌 박준혁 역시 기대주다. 알리사Alisa(M.Sop) 역은 박혜연이 무대에 서는데 브레샤국립 음악원(伊), 파리 에꼴노르말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귀재다. 같은 역에 문아름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노르만노Normanno(Ten.)역에는 구본진이 선다. 이들의 달 빛 아래 광기와 비극의 조합을 맡은 이는 Angelo Bertini연출가다. 안젤로는 무대와 의상디자이너도 겸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CLOS 국제 무대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아이네아스>로 우승하며 무대디자이너로서 화려한 경력을 펼쳤는데 이번 공연 <람메르 무어의 루치아>를 어떤 달빛으로 연출하였는지 궁금하다.
<강익모 Ace에이스 컬럼니스트, 공연예술비평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