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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의 법칙을 무협에 담다

장예모감독의 <삼국무영자>

등록일 2018년12월17일 23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베이징의 장예모(張藝謀) 감독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그것은 한 폭의 동양화 그림이자 수묵 담채화엿다. 이렇듯 형식과 방법은 매우 새로운 것이었지만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역시 그가 나고 뼈를 키워온 세상의 중심이라 일컫는 ‘중국’이었다.

그도 오래전 중국의 분열과 뭉치기가 반복되던 거대한 땅덩어리의 일조각 역사와 교훈들로 더 큰 상징과 전체를 둘러보는 식이다. 그가 이번에 가지고 온 <삼국 무영자>라고 하는 영화의 제목은 국내 배급사에서 만든 것이다. 원래의 영화 타이틀은 단 한 글자이다 영(影) 다시 말해 그림자이며 사람의 형상을 한 모습을 그저 지칭하는 말이다. 이 단어 영은 그림자 속에 영이 있느냐 없느냐를 나아가 질문하게 된다. 영문타이틀은 Shadow이다. 이 글자의 번역이 매우 심상찮다. 단순히 그림자라고 한다면 다른 영어를 지칭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왜 하필 그늘(陰)에 가까운 단어를 택했을까?

 

  그것은 이 영화가 끊임없이 내리는 빗물에 먹을 풀어 번지는 효과를 사용한 것과 같다. 마치 물감 같은 핏자국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스릴과 긴장으로 삼는 예술적 기법의 새로운 재미를 형상화 해 낸 것이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무기형상을 중시한 사극성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남녀 즉 음과 양의 합일이자 상극을 대변한다. 동일 인물의 출연과 그 동밀인물의 각기 다른 역할, 또 부부 연기자를 택한 까닭이 그 이항대립의 심증을 굳혀준다. 더불어 선명하게 그려진 흑백의 태극에 예와 기를 더한 담백한 정신과 힘이 느껴진다.


 

  이 태극의 배합과 분배를 풀어 놓으니 알 듯 모를 듯 혼몽한 동양적 느낌이 가득하고 그에 더해 전통의 중국 악기의 음양화합과 산주가 엮어져 비유와 상징의 종합전을 이룬다. 그야말로 음과 양, 양과 음의 변증이다. 관객에게 그리 느껴지는 상태를 장이머우 감독은 원했을 것이다.

더불어 중국의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용(舞踊)의 ‘몸사위’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그 형식은 무술을 치장하지만 속 내용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순수에 대한 회기의 몸짓을 그려내어 주엇다. 그리고 그들이 역사에 새겨놓은 순수와 욕망의 경계가 다시 서예처럼 휘갈겨져 병풍처럼 둘러섰다. 역사책을 기술해온 강자의 존재와 독점이라는 패권과정의 ‘흐름’속 인간들의 질곡을 장이머우는 담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 한국 이름으로 삼국 무영자라고 칭한 측면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더 깊은 가치의 영화였던 것이다.

 

  이제 완숙미라고 하는 노년기에 접어든 그가 내어놓는 퍼포먼스예술이라도 이해가 가능한 지경이 된 것이다. 가타부타 긴 말 할 것이 없는 명백한 음양의 법칙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특히 여성주의에 가깝게 주인공인 화자를 도독의 아내역으로 한정했다. 맥베드보다 레이디 맥베드의 권력욕이 어떤이에게는 더 강렬한 존재로 다가오듯 인간의 심리에 자리하고 있는 마음은 드러난 빛 속의 양의 기운이 아니라 감추어진 음의 기운으로 불리운다.  

 

  동물인 인간의 마음은 움직이고 행동으로 실천하게 될 때 육체적인 제약에 좌우된다. 성선설이나 성악설이 우선이 아니라 우선 마음이 평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상태의 평정이 올바른지가 이 영화의 포착점이 되는 것이다. 장이머우의 이 영화 영(影)은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가 만든 <가케무샤>로서의 대신 임무를 맡은 이가 아닌 ‘마음의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문사의 변용은 무사의 칼 끝, 변사, 즉 말하는자의 혀끝, 붓의 끝 중에서 붓의 운용보다 앞서는 도리는 없다”고 했다. 이는 붓의 형세가 언제나 튼튼해 활을 당겨 화살을 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씨를 근서라고 함은 뼈가 많고 살이 적은 글씨로 살이 많고 뼈가 적은 글씨를 이긴다는 서예 명인들의 가르침을 적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뼈도 힘도 풍부한 선에 형태에 이야기를 버무린 최선의 형태가 이 영화 <삼국무영자>다.

 

<강익모-ACE 에이스컬럼
니스트, 영화비평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부교수>

강익모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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