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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보헤미안을 노래하는 오페라 <라보엠>

국립오페라단 2018 시즌 마지막공연 -검증된 가수들 열연

등록일 2018년11월23일 08시3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라보엠(La Boheme)Giacomo Puccini(지아코모 푸치니)>은 옷깃을 여미는 시기가 되면 봄 날의 안개처럼 찾아온다. 눈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때론 누군가에게는 시리게, 가슴 저리게 찾아오기도 하고 사랑을 찾는 이들과 예술을 논하는 이들에게는 동류의식을 느끼게 하는 공유의 콘텐츠가 된다.

 

2018년도 어김없이 <라보엠>이 찾아온다. 라보엠은 시국이 태평하고 경제가 완만하면 남산의 국립극장이나 때로는 서울이 아닌 극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나 라보엠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리아와 오페라로서의 참 맛을 소화 할 수 있는 제격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다. 그 극장에서 2012년부터 창단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무대로 제작되어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윤호근)의 상설콘텐츠로 자리잡은 <라 보엠>이라니 올해는 12월의 망년공연 모임들은 수지가 맞을 듯 싶다.

 

오페라 주역들의 캐릭터에는 주인공들이 예술계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인은 어느 나라 어떤 작곡가를 망라하고 자주 등장시키는 단골 예술인이다. 화가 마르첼로는 ‘홍해(紅海)의 통로’라는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이는 극 후반 카페에 걸려 있게 된다. 그림을 판 것인지 저당 잡힌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장치 역시 상징이며 이들을 보헤미안들로 부르게 되는 상징성을 부여한다. 간략화와 상징적인 장치는 무대와 세트에서도 강조되어 미니멀리즘의 태동을 예견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창의성으로 빈곤과 가난을 상징한다. 홍해에서 열린 바닷길처럼 무엇인가 구세주의 등장을 염원한 것 같이 흥청망청인 연말 분위기에 돈을 번 음악가 쇼나르 만이 장작, 술, 음식 등을 들고 들어와 생기를 돌게 하고 외식을 제안하는 모습 등은 오늘날과 닮아 있다. 1830년대 파리의 라틴 거리를 묘사하였지만 이는 오늘날 뉴욕이나 도쿄, 베이징, 서울 등 동북아의 도시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당시의 시대상을 조롱하며 문학성과 음악성, 그리고 미술과 철학을 조화롭게 언급한 걸작임을 알게 하는 단초가 된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시인문학가 로돌포(Rodolfo)는 난방을 위해 쓴 소설 원고를 스토브에 넣는데 이때의 망설임과 쓰여 진 텍스트들이 화염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관객이 상상하도록 한 극적 장치는 놀라운 해학이다. 마찬가지로 책을 저당 잡혀 난방비를 구하러 간 철학가 꼴리네는 전당포가 쉬는 바람에 허탕치고 오는 아이러니도 등장시킨다. 이처럼 진지함 속에 유쾌함과 조크를 버무려 당시의 시대상과 예술가의 험난한 생계문제를 드러내는 사회;극적인 효과를 감당한 작품이 바로 라보엠이다. 188년이 지나도 예술가의 지위와 사회상은 연속되는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극적구조를 자랑하는 ‘라 보엠’은 잠시 진지하다가 다시 회복하여 코믹하게 묘사되고 다시 비극적인 우여곡절을 겪는 순환구조를 가진다. 요즘말로 업치락 뒷치락 드라마틱한 구조다. 집주인 베노아(Benoit)가 집세 청구서를 들고 들어와 돈을 재촉하는 장면은 극 후반 카페 모무스에서 무젯따(과거 마르첼로의 여인)가 귀족노인 알친도로(Alcindoro)이용하여 질투를 유발하고 미미를 구할 장신구를 얻는 이치와 같다. 알친도르 역의 베이스 박상욱은 베노아를 같이 연기한다.

 

극중 분위기를 주도하는 ‘무젯따의 월츠’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브루주아가 아닌 부류에게는 모두 우울한 계절인 것이다. 시인 뿐 만이 아니라 화가, 음악가, 거리의 천사까지 등장하는 종합세트로 예술인 복지제도가 오늘날 있다해도 그 혜택을 모두다 받지 못하는 것은 188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다양성과 깊이 있는 낭만성을 구가하는 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극적구성은 전술한바와 같이 젊은이와 예술가들에게 맞춤 선택형인 것처럼 비오다 개이는 연속성을 보이는데 ‘군악대의 등장’역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시의성도 지닌다. 집단의 경직성은 분홍모자를 미미에게 선물한 로돌포의 고상한 취미와 대비된다.

 

푸치니가 남긴 가장 극적인 서정성과 짜임새에 이탈리아 명장 제피렐리 사단이 낳은 최고의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가 연출을 맡았고 김동일이 재연출을 맡아 2018시즌을 마무리 한다. 간디니는 2010년 국립오페라단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웅장한 무대를 선보이며 국립오페라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그는 201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라 보엠>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연출을 맡았었다.

 

원고와 촛불 등의 진지한 기호로부터 구두와 열쇠 같은 사물을 이용하여,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과 시대상을 섬세하고 세련되게 표현해 내는 2018 시즌의 지휘는 2007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지휘자로 영광을 얻은, 마에스트라 성시연이 맡는다.

 

캐릭터 배역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Mimi)가 연기하는데 2014년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국내에 소개, 완벽한 줄리엣을 열연했다. 미미 역의 서선영 역시 2013년 바그너 <로엔그린>의 엘자 역으로 데뷔, 현지 언론으로부터 “바이로이트의 새로운 주인공 ”이라는 극찬을 받고 2016년 함부르크 국립극장 <카티아 카바노바>, 국립오페라단 <루살카>, <로엔그린> 주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로돌포역의 테너 정호윤은 2009년 <사랑의 묘약>을 시작으로 <람메르 무어의 루치아>, <라보엠>, <팔스타프>, <카르멘>, <리골레토> 등을 통해 국내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역의 이원종은 2013년 베르디 탄생 200주년 및 세종문화회관 개관 10주년 기념 <아이다> 라다메스, 2015년 서울시오페라단 30주년 기념 <파우스트> 주역으로 활동했다. 2018년부터 독일 플라우엔 츠비카우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카미유 역으로 국립오페라단과 인연을 맺었다.,

마르첼로(Marcello) 역의 바리톤 이동환과 최병혁 역시 기량을 가다듬고 있고 무제타 (Musetta)역의 소프라노 강혜명은 최근 올림픽 경기장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 특별 출연하는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같은 역할에 장유리가 활약한다.

쇼나르(Schaunard) 역의 바리톤 우경식은 국립오페라단의 <오를란도 핀토 파쵸>의 주역이었으며, 최근작 <코지 판 투테>에서는 굴리엘모로 연기했다.

콜리네 (Colline)역의 박기현은 2002년부터 17년 째 독일 할레 오페라극장 전속 베이스 주역 가수이다.

 

이외 파삐뇰(Papignol)과 하사관(Soldiers), 귀족, 멋쟁이, 화류계의 여인 역에는 앙상블과 합창단의 재주꾼들이 등장한다.

 

극중 아리아가 귀에 익숙하여도 ‘빠리의 세관’ 옆 장소에서 일어나는 장소성이나 로돌포와 미미의 식어 가는 사랑의 이유는 이항 대립관계이다. 몇 번이나 헤어지려는 위기는 시외에서 빠리 시내로 세관문이 열린 새벽. 여자 상인들이 통과하는 장면에서 홍해의 통로‘가 보이는 장치 등은 미리 공부하고 보면 재미가 배가되는 <라보엠>만의 장치들이다. 또한 폐병(肺病)의 등장이나 사랑하지만 병을 고쳐줄 경제적상황이 녹록하지 못해 비극이 강조되면서 ’기도서‘와 ’팔찌‘가 등장하고 사랑의 징표로 붉은 모자가 상징어로 남는다. 이는 <겨울연가>드라마에서 오마쥬 된바 있다.

사랑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젯따와 마르첼로와의 질투와 사랑도 엇박자로 로돌포와 미미 커플과 함께 씨줄과 날줄로 엮인다. "무젯따가 벨벳옷을 입고 4륜마차를 타고 가더라“는 말에 잘 나가는 연인들의 행운을 감사하게 여기는 질박한 감성들이 어쩌면 이 라보엠의 따스함인지도 모른다. 이 온기는 이어져 무젯따는 귀걸이를 떼어 저당 해 의사를 청하고 꼴리네는 ‘외투여 안녕’의 아리아를 부르는 부분도 모두 이항대립으로 균형을 이루는 짝이 채워져 있다.

무젯따의 ‘털 토시’와 눈에 비치는 아침 햇살을 막아 주려고 커튼을 치며 “이제 잠이 잘 들었군"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목멘 소리로 애처로이 미미의 이름을 부르고 그 주변에 머리를 숙인 친구들의 숙연한 분위기 속 푸치니가 말하려는 알맹이가 반짝인다. 그것은 ‘꿈과 사랑,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 보엠들의 영원한 환생’이며 미니멀한 무대일수록 그 감동은 더욱 커진다.


 

‘내 이름은 미미 Mi Chiamano Mimi', '그대의 찬 손 Che Gelida Manina', '오! 아름다운 아가씨 O soave fanciula' 등 오페라 작품 가운데 푸치니가 일부러 프랑스를 배경으로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바탕으로 4막으로 작곡 한 연유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 특히 시적 정서, 색채감 있는 관현악이 사랑과 우정, ‘현실’과 ‘상징’의 극명한 대비를 강조한다. 농담하나에도 오페라의 핵심이 투과되며 결말의 전조를 들려주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문의 1588-2514)의 <라보엠>은 2018. 12월. 6일(목)부터 9일(일)까지 (목금 19:30, 토일 16:00 )공연된다.

 

<강익모-ace 컬럼니스트, 공연예술평론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

강익모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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