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그 무더운 여름을 기억하며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나왔는지 궁금한 낙엽의 계절이다. 한통의 손편지가 도착하였다. 소리판을 여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장사익의 편지다. 시와 그림을 묶어 시화를 곁들인 엽서도 동봉되어 있었다.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 물들이는 저녁 7살 남자가 거울속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모두가 그립고 사랑스러운 오늘입니다" 온통 노란 산과 불긋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중절모를 쓴 일곱살 먹은 소년을 생각했다. 비록 몸은 칠순이라 부르지만 정신과 철학은 7살 소년의 맑음을 그대로 지닌 장사익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가 시처럼 남긴 글에서 왜 7살이라 표현하였는지 알것 같은 풍경이다.
장사익 역시 지난 여름의 회상을 편지 한 귀퉁이에다 이리적었다. "무더운 여름 어머니가 사오신 단맛 가득한 참외를 배불리 먹고는 은은한 매미소리와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면서 잠든시절을 떠올리며 아프리카 사막으로 옮겨진 듯한 이 더위를 잊을 수가 없다"고 썼다. 지난 6월의 <꽃인듯 눈물인듯>공연을 마치고 하루에도 몇번씩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도 본다고 적었다. 이런 시적 행동들이 뭉쳐져 윤동주의 시에서 단 <자화상七>이라는 제목으로 전국공연을 행하게 되었다고 했다.
야구경기의 9회전처럼 자신에게는 소중한 무대라 밝히며 힘빼고 자연스런 모습으로 노래하려고 노력중이라는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그의 편지글 말미 "물 많이 드시라"는 이야기는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연습장에서의 실생활의 한 단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7살의 아해 노래를 기꺼이 들으러 가야하겠다.
공연일정과 장소를 검토해본다. 11월24,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구 12월 2일 천마아트센터, 부산 8일 벡스코 오디토리움, 광주 15일 광주문화에술회관, 대전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예술의 전당, 해를 넘기기 전 29일 고양시 아람누리극장 중에서 그의 여름 내내 가다듬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익모 ace에이스 컬럼니스트/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