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현명한 군주를 칭송하다, 600년 뒤의 용비어천가 <1446>

뮤지컬 한 편을 엮어 낸 협업의 본보기:Hj컬처, 여주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관광공사

등록일 2018년11월07일 00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프로파간다 홍보성격으로 탄생하는 공연이 있다. 그러한 공연은 시의성을 가진 공연들이다. 탄생, 기념, 추모 등의 정주년이 되면 어찌어찌 하여 무대에 오르게 되는 공연이다. 그런 공연에는 일반인들의 큰 관심은 없다. 만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주어진 예산에 맞추어 적당히 만들어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그 다음 해나 수년 뒤에 기약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성의 없이 만들었으니 누가 다시 찾지도 않는다.

 

  그러한 프로파간다 공연의 흐름을 끊는 최근의 제작분위기가 느껴지는 두 공연이 있다. 그 조짐은 <신흥 무관학교>라는 콘텐츠에서부터 싹이 보였고 <1446>으로 이어졌다. 제 역할을 찾지 못하여 아동극, 전통무용극, 실험적 연극 등에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귀중한 자리를 내어 주던 '극장 용'이 자리를 확실히 잡으면서부터 조짐이라고 말한 성공적인 협업은 가능해졌다. 뮤지컬 <1446>은 <신흥무관학교>등이 그렇게 제 자리 찾는 과정을 겪은 후 안정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극중의 선왕이 그림자정치를 하며 이도가 왕이 되도록 정치세력 주변을 평정하여 둔 피바람이 안정화의 기초가 되는 아이러니칼과도 닮았다.

  그러나 위대한 왕은 누가 만들어주어서 탄생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형의 무게를 뒤로 하고 세종은 자신만의 보고 느낀 철학을 중심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하였고 그 목표는 "사람중심이  세종의 마음"(이항진 여주시장의 <1446>트라이 아웃 인사말)임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우리역사 잇기 두번째 작품으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선택한 주요 이유도 "감내하기 여러운 고통과 아픔"(윤금진사장의 <1446>프로그램 인삿말) 을 알리고 싶어 동참하게 되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잇다. 관광공사의 협업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되는데 자막단말기를 제공하는 등의 한류위상과 관광콘텐츠의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단말기를 사용한 자막기의 사진과 내용 아래에서 참조) 

 

  신기하게도 숫자라는 상징을 주목하는 순간 <1446>은 마치 피보나치 수열처럼 앞뒤가 딱딱 맞아 들어간다. 숫자가 지니는 일련의 의미들이 우연인듯 보이지만 극중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게된다.

 

 
 

  세종 28년, 28자를 만들어 이두처럼 백성들이 편히 사용하게 고민을 거듭한 군주가 후세의 존경을 받게 만든 핵심 사건은 후반에 들어서야 등장한다. 한 마디로 허를 찌른 것이다. 세종하면 흔히 최만리 일파의 반대를 무릎쓰고 한글을 창제한 주인공으로 칭송된다. 집현전 학자들과 더불어 드라마틱하게 백성을 향하여 군주의 도리를 다하는 모습을 나열하기도 바빴을 것이다. 그러한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어 콘텐츠가 만들어졌더라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만한 공연이었다. 그런데 이 공연은 앞서 지적한 숫자를 중심으로 알찬 수학적 공식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등장하는 군무나 사건의 연대기는 모두 세종의 즉위연도인 즉위해(2018년의 600년전)년을 중심으로 더하고 빼어진다. 그리고 즉위 이후 28년간 무슨일이 있었는가를 조명하는데 극의 흐름에 대한 중심이 맞추어진다. 단순한 용비어천가가 아닌 인물의 아픔과 심리적 판단을 주목한 과정과 동기를 그린 것이다. 이를 고증하기 위하여 뮤지컬 장르에서 기 위해 서양 뮤지컬 장르에서 쓰인 문학의 예를 들면 아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선 주인공인 장발장의 이름이 스토리텔링의 과정에서 다양한 변천사를 겪는다. 장발장에서 수인번호 24601은 곧 영국 혁명의 기념해를 뒤에서부터 읽어낸 것이다. 바로 1642년이다. 또한 이러한 연대기를 기념하는 방식은 영화 <1492>와 같은 영웅의 탄생신화를 중심으로 굳혀져 후세에 전해진다. 1446은 28년간의 숨겨진 질곡,을 품고 태동하는 한 국가의 나랏말이자 정신이 탄생하는 순간을 극대화 한 것이다. 이는 레 미제라블에서 마들렌시장과 포슐르방으로 불리는 신분과 사회의 변천을 상징적인 인물 등장으로 궤적을 따라 가는 형식이다.

  장영실과 같은 과학인을 등장시킨 실화속에 극의 드라마틱을 위하여 가공의 인물을 삽입한 전해운은 조호은 케이스다. 형식만 같은 것이 아니라 플롯의 구성이나 주인공의 영광보다, 주인공의 고통과 숭고미가 주를 이루는 것도 레 미제라블과 1446작품이 가지는 공통점이라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왕이 될 수 없었던 환경의 이도가 겪은 고통은 가정사인 왕가의 난제들에서부터 건강에 이르기까지 성군의 조건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세종의 즉위 600주년을 맞아 숫자를 따라가다보면 영토문제에서부터 과학증진, 인재등용, 한글 반포 등이 극중 오브제인 '우리만의 시간'으로 상징된다. 몽중의 장면부터의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륙되어 나는 피비린내와 모함, 중국에 대한 의미는 관극의 흥미를 무겁게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1446>이 기존의 엔터테이너나 역사 속 인물 재발견으로 치장되던 이야기 구성에 덧붙여 '우리만의 시간'을 되찾은 것을 문득 깨달을 수 있다. 

  극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만의 시간은 곧 우리글과 우리 말을 정신으로 체득하고 후손에 길이 남기게 되는 것인데 그것은 양반 몇명만이 아는 한자가 아니라 모든 민중이 쉬이 쓸 수 있는 글자이고 그것의 문해가 문명을 깨치는 방도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야기 구성에서부터 기념품을 판매하는 형식과 내용도 판이하게 달랐다. 한승원 HJ컬처 대표와 기획팀들을 칭찬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더 숨어 있다.

  이는 뮤지컬의 도입이 비록 서양에서부터 오고 이 극의 반주도 전자기타가 우는 소리를 내지만 가야금과 거문고가 아닌 드럼과 기타 등의 악기들을 사용한 것은 BTS의 한글가사처럼 더 넓은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된 기획이었다.

  극의 흐름과 음악적 장치는 전통인물을 조명하는데 우리 악기를 꼭 써야하는 당위성과 충돌되는 측면이 없지마않다. 그러나 빌보드 차트를 우리말과 글로 된 가사와 리듬이 달구는 싯점에 전통과의 알레고리에 집착 할 수 없음을 깨친 이유도 이 극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내년 혹은 내 후년 한글날이 되면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게 될 정겨운 광경을 기약하며 국악기가 빠지고 서양악기 위주로 일구어진 편성을 이해하면 아쉬움을 달래는데 도움이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것은 더 큰 무대와 세계적인 콘텐츠를 위한 뮤지컬만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게되면 우리전통악기가 빠진 단순함 보다 더큰 의중에 미소짓게 된다.

 

무대에서부터 세트, 의상에서 조명까지 의도되고 기획된 치밀함이 돋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텀블러를 다시쓰는잔, 에코백이라는 단어 대신 자수가방을 사용하는 저 기념품(굿즈)들의 이름 호칭을 위해 밤을 지샌 기획자들과 스탭들을 생각해보라. 세종의 진심을 이해한 집현전 학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충성에 비견될 것이다. 왕위즉위 600주년, 그리고 그 이후 28년 만에 스물여덟자를 다시만들되 해례본까지 만들어 용이성과 베풀고자 하는, 나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의 가치임을 강조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마지막으로 앞서 관광공사의 협업참여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나누어준 휴대용 자막 단말기는 협업의 성공적 케이스다. 관광공사가 외국인과 장애인을 배려해서 나누어준 이 휴대용 자막기는 특수필름 코팅을 통하여 다른이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장애요소를 제거해냈다. 모두가 대왕이 극중에서 되뇌인 내가 아닌 타인과 우리모두가 행복해지는 극대점을 염두에 둔 기획의 실천적 과학기술의 영역을 보여준 것이었다. 마치 장영실을 등장시킨 역사속 세종의 치적과 닮았다.

 

  아무래도 <신흥무관학교>와 <1446>의 프로파간다 퍼포밍 아츠의 거듭된 공연과 수정, 리메이크 등으로 레미제라블25주년 정도의 연한이 되면 뿌리 깊은 큰 나누가 될 줄로 믿는다. 프로파간다 공연의기획의 성공은 사생결단으로 전력을 다하는 세종의 백성(관객)을 향한 고뇌에 찬 노력이 믿거름이 될 것임을 믿으며 협업의 아름다움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을 우리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세종의 한글창제가 1446년 반포되어 스마트 폰 세상속에서 빛을 발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얼마인가? 조급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창조해야하는 이유이다. <1446>은 잘 만든 한 편의 나눔에 대한 기념비적 공연이다. 

<강익모 ace에이스 컬럼니스트/ 공연예술평론가/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부 교수>

 
  

강익모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영화 공연 도서 전시

YOUTUBE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사진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