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플래시댄스
데본 셔의 플리머스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담기에 적당한 지역이다.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 Sensibility>에서 엠마 톰슨과 케이트 윈슬렛의 뜨거운 사랑이 여기서 이루어졌다. 이 사랑이야기의 주 무대로 다시 등장한 곳이 데본 지역의 플리머스에서 이루어진다. <플래시 댄스Flash Dance>의 초연이 열렸던 이유 역시 ‘아름다운 사랑’이 돋보엿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엮는 씨줄과 날줄이 있다면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사회와 조직, 그리고 당면한 환경을 담는 배경은 씨줄과 날줄의 어느 하나일 것이다. 공연 가운데에서 한 획을 담당하는 꿈, 사랑, 이별을 포함한 아픔을 이겨내는 코드와 더불어 ‘함께 살기’라고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구조 조정의 문제를 사랑과 대치 시켜 놓은 극적 구성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두 가지 스토리로 연결한 극 중 이야기 구조의 적절함이 데본 셔의 플리머스에 꼭 들어맞듯 대구에 이어 서울로 상경한 <라이온 킹>에 이어 <플래시댄스>는 그 후속적인 뮤지컬 홍보와 마케팅 시작을 형성하는 코스를 분명히 각인 시켜준다.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타인을 속이거나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 캐릭터가 우선 참신하다. 강철을 제련하는 철광소의 용접공으로 일하는 영화 속 알렉스를 무대 위에 제대로 그려낸 <플래시댄스>이야기이다.
용접공이라는 직업이 무엇인가? 견고한 철 강재들을 서로 이어 붙이고 떨어지지 않게 지탱하고 균열을 봉합하는 직업이다. 맡은바 자신의 역할이 분명해야 하는 작업으로 한 순간의 실수는 후일 큰 재앙으로 남는 건축과 사회의 중요한 기술숙련공 취급을 받는다. 치열한 정신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 알렉스는 그러한 직업 정신을 남녀 성분을 가리지 않고 불꽃 마스크를 쓰고 역할을 다해 내는 용접공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자체로도 주목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 주목점의 궁극적 목적은 오로지 단 하나, 밤마다 자신이 행하고 있는 클럽에서 춤추기를 반복하고자 하는 자신의 재능을 다스리기 위한 ‘꿈 가꾸기’ 때문이었다.
플리머스 시어터 로열에서의 초연에 이어서 <센스 앤 센서 빌리티> 영화처럼 런던으로 넘어가 웨스트엔드의 검증을 받는다. 작품이 점점 확장되고 견고함을 얻는 선보이기를 두루 거치는 과정을 마쳤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무비컬에서 빌리가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 탄광촌 아이임을 주목한 것이었다면 <플래시 댄스>에서 오웬스는 석탄에서 제철로 옮겨진 것 외에 역경속 환경을 이겨내려는 의지는 같다.
공장에서 불꽃 튀는 용접공을 다룬 씨줄 이야기는 산업 사회의 급속 발전과 더불어 구조조정이라는 것과 <빌리 엘리어트>의 파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조금 다르게 비춰된다. 오디션의 급박함에 신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주의 아들과 사랑을 한다는 설정은 스릴과 게임 형식으로 넘어가게 되는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 낸다.
영화<플래시 댄스>에서 제니퍼 빌스는 당시 23만의 서울관객 동원으로 서편제가 만들어낸 100만 명 관객 최고기록의 사분의 일을 최단 시간에 만들어낸다. 외화라는 점과 당시 유행하던 비디오 문화에서의 재감상기회를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 국내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빌보드 차트 1위에서 2주간 머물렀던 기록에는 <What a feeling>‘웟어 필링’과 <Maniac>'매니악'이 함께 빌보드 차트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차트 순위에서 밀어내는 기염을 토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플래시댄스>의 앨범과 싱글은 미국 600만 장, 전 세계 20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제4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제5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상을 각각 받았다.
알렉스 오웬스 역의 ‘제니퍼 빌스’영화배우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 대역을 사용해 영화적 기법의 아름다움을 창출해내었다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샬롯 구찌’는 살아 움직이는 실화에 비견된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무대의 특징을 그대로 소화해낸 알렉스 오웬스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것은 걸출한 여성 스타 샬롯 구찌가 눈 앞에서 떨구는 땀과 쏟아지는 물 폭탄을 맞는 장면에서 실감이 날 것이다. 앤디 브라운과 함께 What a feeling과 Maniac> 그리고 글로리아 등 모든 곡들이 관객들의 귀 언저리에서 생소하지 않음을 여기게 해준다. 그 이유는 <플래시 댄스>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한국 영화사와 공연사의 기록들이 만들어 낸 추억과 감성의 기억 때문이다.
우선 198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여성 베스트 팝 보컬 상을 받은 아이린 카라가 부른What a feeling은 ‘키스 포시’ 와 ‘아이린 카라’가 공동 작사하고 조로주 모르가 작곡을 했던 곡으로써 “feeling” 느껴봐, 그리고 "댄싱 for My life" 내 인생에 있어서 춤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하는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깊이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곡들의 깊은 서정성과 시대적 고민을 위로 하는 장면들은 알렉스가 비록 낮에철공소에서 일하며 쓰는 용접마스크와 밤이면 불꽃을 마스크없이 온몸으로 느끼는 장면이 그대로 노래가사가 된 것이다.
“느껴봐”
이는 새로운 무대 위에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불꽃’이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플래시’라는 단어의 섬광과 사방으로 튀는 번득이는 사랑과 배려가 주는 번쩍거림이 제목이 되는 것이다. 댄스라고 하는 타이틀을 양면에서 생성해주고 용접하는 것이다.
영국작품들 <플래시 댄스>의 쉬플리발레 댄스아카데미와 <빌리 엘리어트>의 런던 로열 발레스쿨로 언급되는 진학오디션은 하나의 관문이자 고난의 극복으로 그려진다. 또한 학문적 열정 그리고 모든 삶과 배움의 태도인 ‘애디튜드’를 상징하는 것이다.
<플래시 댄스>의 OST 앨범 속 싱글은 그 해당 곡들이 극중 출연 캐릭터위에서 노래되고 실체화된다.
주인공 알렉스 오웬스alex owens는 물론이며 글로리아gloria, 테스tess, 키키kiki, 지미jimmy, 한나hannah, 해리harry, 씨 씨C.C, 앤디andy, 루이스, 미세스 와일드, 조joe가 배역으로 등장한다. 당연히 곡들은 이들 중 누군가 혹은 두서넛의 두엣과 합창으로 같이 불려지고 이 뮤지컬이 자랑하는 음악과 춤의 공유를 극대화 시킨다.
이는 라이브와 생동감이 큰 작품으로 분류되는 <플래시댄스>의 가치가 극대화되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커튼콜이후 극중 히트곡들을 관객과 더불어서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서비스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같이 즐거운 신명을 가지는 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무비컬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을 지닌 공연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더구나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대극장에서의 장점으로 전환시켜 이끌어내는 이 공연이 가진 파워와 기획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 기획의 중심은 내한공연 유치로 공을 들인 국내 프로듀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발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이 산파역할을 해냈다.
그 과정은 2018년 제12회 딤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폐막작으로 선보인 데에서 시작된다. 격정적으로 무대를 두들겨 준 영국음악밴드인 ‘로손’팀의 리더 소개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오웬스와 사랑을 나누는 닉 허리 역을 맡은 앤디 브라운 배우가 리드 보컬이었던 점은 이 공연이 춤에 비하여 가창력이 가진 비중도 컸음을 가늠하게 한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의 알렉스 오웬스가 연습실에서 물을 뒤집어 쓰며 허리를 곧추세운 자세의 장면은 영화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라이브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노래와 연주 그리고 춤이 격정적인 이 장면은 관객들의 뇌리에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게 만들고 상당시일이 지난 지금에도 플래시 댄스 하면 “그 장면은 생각난다”라고 하는 관객들이 많을 만큼 상징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관객들이 이 포스트와 로고 앞에서 유독 많은 셀카를 남기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이처럼 관객과 함께 신나는 춤과 음악을 함께 공유하는 라이브와 생동감의 뮤지컬 <플래시 댄스>는 마이클 셈벨로의 ‘매니악’과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 카렌 카몬의 ‘맨 헌트’ 조안젯 앤 블랙허트의 ‘아이 러브 롹큰롤’ 등 주옥 같은 곡들의 편성이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낮 시간의 시끄러운 제철 공장 용접 불꽃과 알렉스의 18세 소녀가 눈을 감고 몸을 내 맡기는 무대의 불꽃은 실상 같은 온도였다. 다만 불꽃이 주는 ‘희망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과 동기만 달랐을 뿐이다.
돈을 벌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서 댄스 플로어에서 배를 주리고 자전거를 타며 주문처럼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알렉스 오웬스의 삶의 무대는 피츠버거였지만 영국을 거쳐 대구와 서울로 온 시간의 연속에서 우리는 극중 우리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오버랩 시킬 수 있다.
도시에서 주경야독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나 취준생들에게는 오디션 장소와 장르가 그들의 희망과 새로운 경험의 창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을 통한 치환의 공연 <플래시 댄스>가 서울을 찾은 이유이다.
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1월 벽두 전국에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달여간에 걸친 공연을 시작해서 2019년 2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어진다.
<강익모-ace에이스 컬럼니스트, 공연예술평론가, 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