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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이 40살에 다시 선택한 공연 라바야데르

문훈숙의 명품 문화 브랜드만들기의 원천은 '의지'

등록일 2018년10월30일 17시18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라는 단어에는 깊고 넓고 다양한 의미가 곳곳에 내표되어 있다.

 
이미 작품명에 인도의 ‘무희’(舞姬)라는 계급을 등장시킴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상상케 하는 발레작품이며 군인, 공주, 브라만 등의 카스트제도라는 경계를 드라마화 한 역사적 스토리텔링의 체화이자 결과물이다.

<스파르타쿠스>처럼 출연 인원도 많아 32명의 무희가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군무장면이 압권인 작품이다. 인도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승과 저승을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화려한 의상을 걸친 무희들의 춤사위 난이도도 월등하게 높다. 당연히 제작비도 많이 소요되어 1999년 11월 국내 첫 공연 당시 8억 원이라는 블록버스터급의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 세웠다. 그후 국립발레단이나 러시아 오리지널팀을 비롯 해외 유수의 발레단이 공연을 잇게 하는 바탕을 만들었다.

  10월 29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있었던 세종문화회관40주년과 <라 바야데르>공연 간담회에서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심임 사장과 공동주최자로 참석한 문훈숙유니버설발레단장은 <라 바야데르>의 역사는 한국 발레의 역사와 같이 치부된다며 술회했다. “우리가 초연하겠다는 1999년 공연 라이선스를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가 한국 발레단은 수준이 안된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였고 무려 6개월의 노력과 연습 끝에 국내공연을 허락받았다”고 밝혔다. 또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뉴욕 공연시에도 다시 해외 공연 라이선스를 불허한 러시아측에 ‘통사정’보다는 그들이 문제 삼는 실력을 키워 재현 해보임으로써 신뢰를 얻어 성공을 시켰다는 정공법이 유니버설과 한국발레단의 특징으로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목표의식을 둔 집념이 좌절보다는 한국발레의 자존심을 세우고 열정과 노력으로 약속을 지켜 얻어낸 브랜드의 명성을 지속 할 자양분이 된 것임을 설파한 것이다. 이런 치열함이 1877년 1월 마리우스 쁘띠파에 이어 1940년 키로프 발레(현재의 마린스키)에서 초연한 박탕 차부키아니(Vakhtang Chabukiany)의 세련된 무대를 레퍼토리로 가진 유비버설 발레단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만든 <춘향>이나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들은 이러한 노력을 필두로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아카데미나 공연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역사와 관록을 지닌 <라 바야데르>가 세종문화회관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11월 1일과 4일의 이번 공연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Svetlana Zakharova)와 데니스 로드킨(Denis Rodkin)이 니키아와 솔로르역을 맡는다. 앞서 언급한 기량과 내면연기를 깊이 있게 표현할 줄 아는 대등한 수준의 니키아와 솔로르 배역을 맡게 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원의 면면은 골을 넣을 줄 아는 자질 있는 축구선수를 보유한 유럽클럽을 연상시킨다. 2일공연은 홍향기, 이현준이 3일낮 공연은 김유진과 이동탁, 저녁 공연은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부부가 맡아 기량을 선보인다. 이들 외에 최지원과 예카테리나 크라시우크, 서혜원이 감자티를, 황금신상 역에 강민우, 리앙 시후아이, 임선우, 간토지 오콤비얀바가 무대에 선다.

  발레라는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내야 하는 시적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인도를 배경으로 한 뱀의 등장, 사원의 신성함, 죽음과 환생, 물동이, 코끼리는 인도를 수식하는 오브제들이다. 이들을 모두 하나의 콘텐츠로 녹여낸 쁘띠바를 비롯한 수 많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수작을 대한민국 최고, 최대의 문화공간에서 다시 본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경험이다. 특히 인도의 오랜 종교가 탄생한 배경이 되는 역사적 질곡을 발레로 만난다는 것은 문학과 예술의 접점을 차지하는 콘텐츠 <라 바야에르>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서양인들이 동양에서 발췌하는 문화콘텐츠들의 양식은 규칙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춘희>등의 역사적 장면을 차용하고 천착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데에서 알 수 있다.

갠지즈를 중심으로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상상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스토리 텔링의 주어는 역시 사랑이다. 사랑은 그 형태와 실제가 너무 다양한데 신분의 차이를 타파하려는 인도인들의 사랑이야기는 특히 오만가지다. 오죽하면 인도어로 ‘사랑sarang’은 다채롭다는 말듯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데 이 다채로운 사람들이 엮어 내는 사랑의 감동이 주류이지만 항상 신으로 귀결된다는 인도의 사상이 외국예술인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을 것이다.

  신들로부터 인간이 만들어지고 개인에서 가족으로 군집을 이루고 죽고 다시 환생하는 과정은 실제를 믿는 이에게는 종교이고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표현 해보고 싶은 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카탁과 오디시 같은 인도의 춤을 작품에 반영하여 기괴한 모습을 보였느니 인도를 잘 모르는 초연 당시의 유럽인들에게는 기상천외한 공연이었을 것이다.

<라 바야데로>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사건들은 펼쳐지고 또 이들은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저승에서 화합한다. 인도의 국기가 환생을 뜻하는 바퀴로 상징되는 것처럼 윤회는 모든 이야기를 덮는 큰 틀이고 우주이다. 니키야를 사랑하여 고백하는 브라민은 바로 ‘브라만’이다. 니키야가 브라민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신분의 차이이자 주체성을 지닌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키야는 그의 주체성을 따라 솔로르와 사랑을 맹세하는 것이다. 이는 부귀와 영화, 즉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독립된 사랑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그려내는 것이다. 러시아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이 잘 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테크닉으로 발레동작을 그저 취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 아래 숨은 내면의 연기로 몸을 움직여 나타내는 기법에 익숙한 것이다.

  세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주시한 브라민의 질투는 코르(무어) 얼굴을 작품에 녹여내는 바탕을 제공하며 여신 칼리(goddess Kali of markMahashivratri Festival)을 불을 머금은 한으로 오늘날에도 재현된다. 초연 당시엔 사랑, 질투, 화해, 용서, 환생의 오브제들을 다루기 위한 캐릭터와 사건들의 조합에 골몰하였을 것이다. 라자 왕의 딸인 공주 감자티와 솔로르의 정략결혼은 오늘날 드라마에서도 흔한 것이다. 브라민, 라자, 감자티, 솔로르, 니키아를 연결하는 사랑고백, 거절, 회유, 죽음, 환생에 이르는 과정을 함축시키려 노력한 까닭에 이야기의 맥락을 지루하게 여기는 관객들은 1막과 2막보다 죽음 뒤 환생하는 꿈 속의 몽환적 장면만을 백미로 꼽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전막이 중요한 발레적 요소와 콘텐츠의 완성도를 지닌다.

아시아의 왜곡된 이미지, 즉 스테레오타입의 오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농축되고 함축된 깊이를 인식하지 못한 대표적인 러시아의 이야기 스타일이 빚어낸 작품이다.

  인도 볼리우드 영화의 저변을 차지하는 인간 이야기와 카스트제도의 국가적 스토리를 엮은 차부키아니의 영향으로 1940년 마카로바와 누레예프의 표현과 연기에 의지하였으나 곧 변화를 필요로 한다. 루드비히 밍쿠스(Minkus)의 음악을 바탕으로 세르게이 비카레프의 스토리텔링은 시대를 따라 발레가 적응한 변형이다. 비카레프는 오리지널 프티파 안무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해냈다. 이 스토리 텔링과 무대화는 러시아 외 유럽과 미주에서 반응이 좋아 오늘에 이르게 된다. 올렉 비노그라도프와 나탈리아 스피치니의 연출과 마리아니 젠첸코의 의상은 환상적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명맥을 이어 온 한 사람의 문화 CEO가 떠오른다. 바로 문훈숙이다. 힌두사원의 ‘라 바야데르’처럼 춤만을 천직으로 알고 삶을 지탱해 온 문화예술인이다. 그런 그녀가 마리우스 쁘띠파(Marius Petipa, 1818~1910)의 탄생200주년과 세종문화회관40주년 무대의 재현, 유니버설발레단34년의 인연을 이었다.

<강익모-아트 앤컬처 e포스트 컬럼니스트/서울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visualaddin@hanmail.net)

강익모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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